노동계 1만2천 원 vs 경영계 90원 인상… 최저임금 협상, 숫자 뒤의 구조를 읽다
법정 시한은 또 지나갔다. 남은 것은 1,290원의 간극과, 그 간극이 대변하는 두 개의 한국 경제다.
2027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2,000원(16.3%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1만320원)을 내밀며 출발했다. 네 차례 수정안이 오간 지금, 노동계 1만1,700원 대 경영계 1만410원 — 격차는 1,680원에서 1,290원까지 좁혀졌다. 오는 7일 제12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예년처럼 7월 중순 심야 표결로 결판날 가능성이 크다.
90원과 1,380원, 협상이 아니라 세계관의 충돌
경영계의 4차 수정안은 전년 대비 90원(0.9%) 인상이다. 노동계가 “이게 인상이냐”고 반발하는 이유다. 반대로 경영계는 노동계의 13.4% 인상안을 “폐업 러시를 부르는 숫자”라 부른다. 양측 모두 틀린 말은 아니라는 데 이 협상의 비극이 있다. 고물가에 실질임금이 깎인 저임금 노동자와, 코스피 7,000 시대에도 소외된 자영업자 — 최저임금 테이블은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두 집단을 맞세워 놓은 링이다.
올해의 진짜 뇌관은 ‘도급근로자’
인상률 공방에 가려졌지만, 올해 심의의 역사적 쟁점은 따로 있다.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사상 처음 공식 의제에 올랐다. ‘건당 수수료’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시급’이라는 잣대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결론이 어느 쪽이든, 최저임금 제도가 1988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임금노동자 밖’을 향해 확장될 수 있는 분기점이다.
[심층진단] 숫자가 아니라 구조가 문제다
전문가 진단 요약 — “최저임금 협상이 매년 같은 갈등을 반복하는 것은 인상률 때문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와 영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이라는 두 과제를 최저임금 하나로 풀려 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비용 구조(임대료·수수료·카드료)에 대한 대책과 근로장려금 같은 소득 보전 장치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1만2천 원 시대’가 와도 갈등의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시급 1만 원을 처음 넘긴 것이 2025년. 이제 1만2천 원을 두고 싸운다. 그러나 매년 7월의 심야 표결도 어느새 관성이 됐다. 진짜 질문은 “얼마를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하게 설계할 것인가”다. 8월 5일 고시일까지, 이 질문에 답할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