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5 — 한 병 7.5억, 경매장이 증명한 전설들

한 병에 7억 원 — 마셔서가 아니라 ‘소유’해서 완성되는 와인들. 역대 경매 기록으로 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5선과, 우리를 위한 현실적인 한 병까지.

와인의 가격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경매장의 망치 소리가 답한 기록들을 모았다. 기준은 실제 경매 낙찰가(연도·경매사 명시), 환산액은 대략적인 원화 기준이다.

1위 · 로마네콩티 1945 — 약 7.5억 원

$558,000 · 2018년 소더비 뉴욕. 표준 750ml 한 병 기준 역대 최고가. 부르고뉴의 전설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DRC)가 필록세라 이후 접붙이지 않은 옛 포도나무로 만든 마지막 빈티지로, 그해 단 600여 병만 생산됐다. ‘마시는 와인’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유물’인 병 — 같은 경매에서 두 번째 병도 약 $496,000에 낙찰되며 전설을 증명했다.

2위 · 스크리밍 이글 카베르네 소비뇽 1992 — 약 6.7억 원

$500,000 · 2000년 나파밸리 자선 경매. 6리터 임페리얼 한 병에 매겨진 가격이다. 연간 생산량이 수백 상자에 불과한 나파의 컬트 와인 대표주자로, 대기 명단에만 수년이 걸린다. 자선 경매라는 특수성이 있었지만, ‘신대륙 와인도 보르도·부르고뉴와 같은 급이 될 수 있다’는 선언과 같은 기록이었다.

3위 · 샤토 슈발 블랑 1947 — 약 4.1억 원

$304,375 · 2010년 크리스티 제네바. 6리터 임페리얼. 20세기 보르도 최고의 빈티지로 꼽히는 ’47 슈발 블랑은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 만들어진, 재현 불가능한 와인으로 통한다. 평론가들이 “결점조차 위대함이 된 와인”이라 부르는 생테밀리옹의 신화다.

4위 · 샤토 라피트 로칠드 1869 — 약 3.2억 원

$233,972 · 2010년 소더비 홍콩. 750ml 표준병 기준으로는 로마네콩티 이전의 최고 기록. 150년 넘은 보르도 1등급이 세 병 연속 같은 가격에 낙찰되며 아시아 와인 경매 붐을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라벨의 ‘R’ 각인 하나에 컬렉터들이 국경을 넘어 몰려들었다.

5위 · 샤토 디켐 1811 — 약 1.6억 원

$117,000 · 2011년 개인 거래(런던). 화이트 와인 역대 최고가. ‘혜성의 해’로 불리는 1811년 빈티지 소테른 귀부 와인으로, 200년을 버틴 황금빛 액체다.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준 극소수의 19세기 와인이기도 하다.

번외 — 깨져서 더 유명해진 와인

1787년 샤토 마고는 1989년 뉴욕의 한 만찬에서 웨이터의 실수로 깨졌고, 보험사가 $225,000를 지급하며 ‘마시지도 못하고 가장 비싸진 와인’으로 역사에 남았다. 토머스 제퍼슨의 이니셜이 새겨진 병이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MIR PICK] 우리를 위한 현실적인 한 병

억 소리 나는 기록은 구경으로 충분하다. 실속파를 위한 팁 세 가지. ① 같은 동네, 다른 이름 — 로마네콩티가 부러우면 같은 부르고뉴의 ‘부르고뉴 루즈(광역 등급)’급 피노 누아를, 슈발 블랑이 궁금하면 생테밀리옹 위성 지역(몽타뉴·뤼삭) 메를로를 3~5만 원대에서 찾을 수 있다. ② 빈티지보다 보관 — 10만 원 이하 와인은 빈티지 차이보다 유통·보관 상태가 맛을 좌우한다. 회전 빠른 매장에서 사는 게 정답. ③ ‘투자용 와인’ 광고 주의 — 와인 투자 플랫폼·조각투자 광고가 늘고 있지만, 보관·진품 검증·환금성 리스크가 크다. 마실 수 있는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