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이 독학으로 수영강사에 도전하게 된 이유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었다. 잔소리였다.
아내가 요가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당신, 요즘 너무 안 움직이는 거 아니야?”
한 번이면 흘려들었을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일주일을 넘겼다. 출근도 차, 퇴근도 차, 주말에도 차. 가만히 지난 10여 년을 돌아보니, 내 몸이 제대로 땀을 흘려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정말 아무 계획도 없이, 동네 수영장으로 첫걸음을 옮겼다. 53세. 정식으로 수영을 배운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 20대 때 혼자 한 달쯤 평영 흉내를 내본 게 전부인 사람이.
들어가 보니, 예상과 달랐다
최근 10년간 내가 아는 수영이라고는 아이들과 간 호텔 풀과 워터파크가 전부였다. 그래서 동네 수영장도 그 정도려니 했다. 그런데 막상 물에 들어가 보니 달랐다.
시설은 깨끗했고, 무엇보다 샤워와 운동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곳이었다. 바쁜 중년에게 이건 생각보다 큰 매력이다. 그리고 곧,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 하나를 알게 됐다. 주말 새벽이나 평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사람이 빠지는 시간을 노리면 —
레인 하나를 통째로, 나 혼자 쓴다.
사실 이건 아무 데서나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 몰리는 도시 수영장이라면 한 레인에 예닐곱 명이 줄지어 도는 게 보통이니까. 그런데 제주에선 가능하다. 25미터 물길을 통째로 차지하고 헤엄치는 기분 — 제주가 내게 슬쩍 쥐여준 조용한 사치다. 나는 그 사치에 조금씩 중독되기 시작했다.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리던 날
그렇게 다닌 수영이 어느새 6개월을 넘겼다. 그쯤 되자, 욕심이라는 게 생겼다.
수영장을 둘러보면 다들 천천히, 오래 가는 영법을 연습한다. 그 사이에서 나는 좀 별종이었다. 처음부터 25미터를 온 힘을 다해 질주하는 연습만 했으니까. 한 번 최고 속도로 끝까지 치고 나가면, 벽을 짚는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
귀에 내 심장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희열이 온다. 머릿속이 거짓말처럼 맑아지는 느낌. 나이 오십셋에 이런 감각을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내가 계속 수영장을 찾는 진짜 이유는, 사실 이 1분 남짓한 무아지경 때문이다.
숫자가 생각을 바꿨다
문제는 이 양반이 기록을 재기 시작했다는 거다. 독학 8개월 차, 내 기록은 이쯤 됐다.
| 종목 | 거리 | 기록 |
|---|---|---|
| 자유형 | 25m | 17초 |
| 평영 | 25m | 23초 |
자유형은 7개월 동안 매일 20분씩. 평영은 한 달 정도 집중 훈련한 끝에 나온 기록이다. 궁금해서 AI에게 물어봤더니, 일반인 기준으로는 꽤 괜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질문 하나가 바뀌었다.
이걸 그냥 취미로 끝낼까?
…아니면, 조금 더 가볼까?
그래서, 목표를 하나 세웠다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수영).
쉽게 말해 — 수영강사 자격에 도전하기로 했다. 정식 강습 한 번 안 받아본 53세 아저씨가, 독학으로 시작한 수영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나도 모른다. 그래서 기록하기로 했다. 독학으로 시작한 이 수영이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정말 자격증까지 닿을 수 있는지 — 그 과정을 하나도 빼지 않고.
물에 빠진 줄도 모르고 빠져버린 한 아저씨의 이야기. 나 혼자 수영, 「물 만난 J」의 도전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다음 화 — 첫 한 달, 25미터가 그렇게 멀 줄 몰랐다. 독학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