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출전정지, 80명의 사과 방문, 그리고 “주홍글씨는 바라지 않는다”는 응답
열흘간의 기록이 한국 사회에 남긴 질문
6월 29일 목동구장.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배재고 응원석의 구호 하나가 온라인을 타고 번졌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표현 — 지난 5월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바로 그 밈이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7월 1일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를 통보했고, 배재고는 7월 8일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의까지는 최소 2개월이 걸린다.
밈이 된 역사 폄훼 — ‘탱크데이’는 어떻게 야구장까지 왔나
이번 사건의 뿌리는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월 18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 이후, 해당 표현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롱의 밈으로 소비돼 왔다. 문제는 그 밈이 유희의 얼굴을 하고 10대의 응원 문화에까지 스며들었다는 점이다. 구호를 외친 학생들에게 그것은 ‘유행어’였을지 모르나, 광주 학생들의 귀에는 자기 도시의 상처를 겨냥한 조롱으로 꽂혔다. 역사 폄훼가 밈의 형태를 입으면 죄의식은 흐려지고 전파력은 강해진다 — 이 사건이 보여준 가장 서늘한 지점이다.

6개월 정지는 적정한가 — 연대책임과 교육적 처분 사이
징계를 둘러싼 쟁점은 두 갈래다. 하나는 연대책임의 문제다. 구호에 가담하지 않은 선수까지 포함해 야구부 전체가 전국대회 출전을 잃었고, 진학을 앞둔 3학년에게 6개월은 사실상 선수 경력의 갈림길이다. 다른 하나는 처분의 목적이다. 징계가 응징에 그친다면 남는 것은 낙인뿐이지만,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 교육이 된다. 배재고가 재심 신청서와 함께 교직원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처분의 ‘무게’가 아니라 ‘방향’을 다퉈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주홍글씨는 바라지 않는다” — 피해 당사자가 보여준 품격
이 사건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광주에서 나왔다. 7월 6일 배재고 교장과 교사·선수·학부모 80여 명은 광주제일고를 찾아 공식 사과하고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튿날 광주제일고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히려 배재고 선수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사과와 화해를 했다”며, 학생들이 주홍글씨를 안고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조롱에 조롱으로, 낙인에 낙인으로 답하지 않은 이 응답이야말로 5·18이 남긴 정신 — 공동체의 회복 — 에 가장 가까운 장면이었다.

벌과 용서, 둘 다 필요하다
전문가 진단 요약 — “청소년의 혐오 표현은 처벌만으로도, 관용만으로도 교정되지 않는다. 행위에는 분명한 책임을 묻되, 사람에게는 돌아올 길을 열어주는 것 — 징계와 화해가 함께 갈 때 교육이 된다. 이번 사건에서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을 영구히 낙인찍는 것도, 없던 일로 덮는 것도 아니다. 왜 그 말이 상처가 되는지를 가르치는 일이다. 재심 결과와 무관하게, 학교 현장의 5·18 교육과 온라인 밈 문화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번 사건의 진짜 숙제로 남았다.”
재심의는 이르면 9월에 결론이 난다. 감경이든 유지든, 이 사건은 이미 숫자 너머의 기록을 남겼다.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 꿇을 줄 아는 학교와, 용서의 손을 먼저 내민 피해 학교 — 46년 전의 광주가 오늘의 교실에 던진 질문에, 두 학교는 각자의 방식으로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