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영업이익 37.6조로 TSMC 추월.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골드만삭스 목표 8,000. 그런데 공매도 잔고도 사상 최대. 헷갈리는 현 장세를 차근차근 풀어 본다.
시작하는 이야기
운동회 줄다리기를 떠올려 보자. 한쪽에서는 “오른다!” 며 줄을 힘껏 당기는 사람들이 있다. 4월 셋째 주 한국 주식시장이 그랬다.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 4월 20일: 6,219
- 4월 21일: 6,388
- 4월 22일: 6,417
- 4월 23일: 6,475 (사상 최고)
- 4월 24일(금): 6,475 보합 마감
장중에는 한때 6,557까지 찍었다. 1년 안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장 높은 숫자다. 미국의 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 코스피의 1년 뒤 목표를 7,000에서 8,000으로 올렸다. JP모건은 더 나가서 8,500까지 본다.
그런데 줄의 반대편에서 — “내려간다!” 며 더 세게 당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증거가 두 개의 숫자다.
- 공매도 대기 자금(대차거래 잔고): 167조 5,276억 원 (역대 최대)
- 개인 투자자가 한 달 사이 산 ‘곱버스'(시장이 떨어지면 2배로 버는 상품): 3,892억 원
같은 시장, 같은 시간. 한쪽은 오른다고 외치고, 한쪽은 떨어진다고 외친다. 그것도 사상 최대 규모로. 이 줄다리기의 의미는 뭘까? 그리고 우리는 어느 편에 서야 할까?
차근차근 풀어 보자.

1부. 지금 한국 시장의 네 가지 풍경
① “회사들이 여전히 싸다”는 신호
주식이 비싼지 싼지 따질 때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이 회사가 1년에 버는 돈에 비해, 지금 주식 가격은 몇 배인가?”
어떤 회사가 1년에 1만 원 번다. 주식 값이 8만 원이면 → 8배. 이걸 ‘PER 8배’라고 부른다. PER이 낮을수록 싸다는 뜻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를 찍었는데도 PER은 7.55배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PER 8 아래는 IMF·금융위기·코로나 같은 진짜 위기 때만 나타나던 숫자다. 그런데 지금은 위기도 아닌데 거기에 있다.
비밀은 분자(이익)에 있다. 4월 23일 SK하이닉스의 충격적인 실적 발표가 한국 회사들의 1년 예상 이익을 단번에 끌어올렸다(자세한 내용은 2부에서). 주가가 올라도 이익이 더 빨리 오르니, 산술적으로는 점점 더 “싸지는” 셈이다.
만약 PER이 정상적인 8배만 돼도 코스피는 6,600. 9배면 7,400. 이게 골드만삭스가 8,000을 부른 근거다.
② 외국인은 사고팔고를 반복 중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시장의 ‘큰 손님’ 이다. 4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3조 2천억 원어치 사들였다.
그런데 4월 24일 금요일에는 외국인이 갑자기 1,576억 원을 팔았다. 빠진 자리는 개인(736억 매수)과 기관(750억 매수)이 받쳐 줘서 코스피가 보합으로 끝났다. 외국인이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모습은 시장이 고점에 다가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달러 한 장의 가격(환율) 은 더 올라서 4월 24일 1,484.5원으로 마감했다. 작년만 해도 1,300원대였다. 환율이 1,500원에 가까워지면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짐을 싼다는 게 시장의 통념이다. 마지노선까지 약 16원밖에 안 남았다.
③ 새로 온 한국은행 총재의 첫마디
4월 21일, 신현송 새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했다. 한국은행은 ‘금리'(돈 빌릴 때 내는 이자율) 를 결정하는 곳이다.
그가 첫날 한 말은 단순했다.
“신중하고 유연하게 가겠다.”
쉽게 말해 — “당분간 금리 내릴 생각 없습니다” 다. 지금 한국 금리는 2.5%, 미국은 3.75~4%로 미국이 더 높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달러로 옮기고, 환율이 오른다. 이 흐름이 당분간 그대로라는 뜻이다.
④ 정부의 26조 원 ‘전쟁 추경’
미국과 이란의 전쟁 때문에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려고 정부가 26조 2천억 원을 더 풀기로 했다. 이걸 ‘추경(추가경정예산)’이라 부른다. 나라 가계부에 추가로 돈을 더 쓰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작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 “지갑 열기 무섭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돈을 풀어도 사람들이 안 쓰면 효과가 적다. 이게 4~6월 한국 내수 회사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2부. 돈이 모이고 있는 네 곳
① 반도체 — SK하이닉스가 TSMC를 넘어섰다
이번 주 한국 시장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4월 23일,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 매출 52조 5,763억 원 (분기 기준 사상 첫 50조 돌파)
- 영업이익 37조 6,103억 원 (창사 이래 최고)
- 영업이익률 72%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5배 늘었다)
- 순이익 40조 3,459억 원
100원어치를 팔면 72원이 이익으로 남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이 다음이다.
전 세계 반도체 회사 중 가장 돈을 잘 번다고 알려진 회사가 대만의 TSMC다. 애플의 아이폰 칩, 엔비디아의 AI 칩을 모두 만드는 곳이다. 그 TSMC의 영업이익률이 58.1%. SK하이닉스가 14%p나 앞질렀다. 한국 반도체 회사가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를 수익성에서 추월한 사건이다.
비결은 뭐였을까? 두 가지였다.
첫째, AI에 쓰이는 특수 메모리 ‘HBM’이 잘 팔렸다.
둘째, 그리고 이게 진짜 서프라이즈인데 — 우리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평범한 메모리(범용 D램)의 가격이 한 분기에 90% 이상 올랐다. AI 회사들이 메모리를 쓸어가니 일반 메모리도 부족해진 것이다. 즉,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HBM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메모리 전체가 호황이다.
곧 4월 30일에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잠정 실적 단계에서 이미 메모리 영업이익률이 60~7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4월 24일에는 두 회사 모두 잠시 숨고르기를 했다(삼성전자 -2.23%, SK하이닉스 -0.24%). 실적 발표 직후 단기 차익을 챙기려는 흐름이다. 한참 올랐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② 발전소 — AI 시대의 의외의 주인공
요즘 가장 재미있는 건 선박 엔진을 만드는 회사들이다. 4월 20일 STX엔진은 하루에 30%, 한화엔진은 16%가 올랐다.
왜? 미국 데이터센터(AI를 돌리는 거대한 컴퓨터 창고)에 전기가 너무 부족해서, 핀란드 회사가 선박용 엔진을 육지에서 발전기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게 미국에서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 흐름 덕에 4월 24일에도 두산에너빌리티(원전)가 +3.67%,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방산) +2.67%,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3.11% 로 올랐다. ‘AI 인프라 수혜’의 가장 우회로가 열린 셈이다.
③ K-뷰티 — 화장품이 다시 뜬다
4월에 한국 화장품 수출이 크게 늘었다. 외국인은 5~9월 화장품 성수기를 앞두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를 사 모았다. 4월 24일 장 초반엔 한국화장품(+15.63%), 한국화장품제조(+12.14%) 등 화장품 종목들이 상승률 상위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예전엔 한국 화장품의 가장 큰 시장이 중국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살아나지 않자, 한국 회사들은 미국과 유럽으로 방향을 틀었고 거기서 성공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모범 사례다.
④ 코스닥 — 25년 8개월 만의 사건
이번 주 진짜 놀라운 일은 코스닥에서도 일어났다. 4월 24일 코스닥은 1,203.84로 마감했는데, 이는 2000년 8월 4일 이후 25년 8개월 만에 처음 1,200선을 회복한 것이다.
코스닥은 기술 회사들과 작은 회사들이 주로 모여 있는 시장이다. 한 세대(25년)가 지나도록 못 가본 자리에 다시 도착했다는 건 — 한국 경제의 ‘두 번째 엔진’이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다.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AI 인프라 회사들이 이끌고 있다.

3부. 코스피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세 가지 위험
위험 ① 167조 원의 ‘하락 폭탄’
이번 글의 핵심 경계 신호다. 공매도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더 싸게 사서 갚는 방법이다. 가격이 떨어져야 돈을 번다. 떨어지는 데 베팅하는 사람들이 쓰는 무기다.
그 무기를 위해 빌려둔 주식의 총액이 167조 5,276억 원 — 사상 최대다. 작년 말(110조)보다 4개월 만에 56조 원이 늘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를 찍는 동안, 누군가는 그 두 배 속도로 “이게 곧 떨어진다”에 베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개인 투자자도 합류했다. 한 달 사이에 KODEX 200선물인버스2X(시장이 1% 떨어지면 2% 버는 ETF)에 3,892억 원이 몰렸다. 일명 ‘곱버스’다.
이 모든 물량이 동시에 풀리면 시장은 한 방향으로 급락할 수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린 사람일수록 이 신호를 무겁게 봐야 한다.
위험 ② 미-이란 전쟁의 확전
이란 옆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좁은 바닷길이다. 이란이 이 길을 막아버리면 기름값이 크게 오르고, 한국처럼 기름을 100% 수입하는 나라는 직격탄을 맞는다.
기름값↑ → 모든 물가↑ → 한국은행 금리 인상 → 회사·가정 부담↑ → 주가↓.
위험 ③ 환율 1,500원 시대
환율 1,484원이 1,500원을 넘으면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간다.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환율 상승의 70%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아니라 국민연금과 개인들의 미국 주식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해외에 투자한 돈이 약 771조 원, ‘서학개미'(미국 주식 투자하는 한국 개인)가 약 306조 원. 매달 50억 달러씩 빠져나간다.
여기에 한 가지 더 — ‘반도체 외 종목’의 약점이 4월 24일에도 드러났다. 같은 날 현대차 -3.57%, 기아 -3.16%로 자동차주가 빠졌다. 자동차·화학·철강 같은 업종은 환율과 기름값 모두에 약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2026년 코스피 순이익을 보수적으로 537조 원으로 본다(시장 평균치 592조보다 훨씬 낮다). 반도체 빼고 다른 업종이 어떻게 가는지가 5월 이후 진짜 시험대다.

4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네 가지 원칙
원칙 ① 안전한 것 + 모험적인 것, 두 묶음으로 나눠라
투자할 돈을 두 묶음으로 나누는 게 좋다.
- 안전한 묶음 (60~70%): 한국 대표 회사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또는 ‘KODEX 200’, ‘TIGER 코스피’ 같은 ETF(여러 회사를 한 봉투에 담은 상품). 시장이 흔들려도 끝까지 들고 갈 자산.
- 모험적인 묶음 (30~40%): 그때그때 뜨는 테마 — 발전 인프라, K-뷰티, 방산, 우주. 1~3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면서 갈아탄다.
핵심은 모험에서 손해 봐도 안전 묶음을 갉아먹지 않는 비율을 지키는 것이다.
원칙 ② 달러 자산도 좀 가져라
원화 약세가 구조적이라면 자산 일부는 달러여야 한다. 전체의 20% 정도를 달러로 두라는 게 시장의 권고다. 방법 세 가지.
- 미국 ETF 직접 사기 (VOO, QQQ 같은 것)
- 한국에 상장된 미국 ETF (TIGER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 달러 예금 또는 달러 표시 채권
ISA 계좌(세금 혜택이 있는 특별 통장)나 연금저축펀드 안에서 미국 ETF를 사면 세금까지 아낄 수 있다.
원칙 ③ 한 번에 사지 말고, 매달 조금씩 사라
지금처럼 사상 최고치인 시점에서 ‘오늘 다 사겠다’는 위험하다. 대신 매달 정해진 금액을 자동이체로 사두는 방법이 있다. 이걸 ‘DCA’라 부르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적금 붓듯이 주식을 사는 것이다. 비싼 달은 적게, 싼 달은 많이 사진다. 자동으로 평균 가격이 내려간다. 가장 게으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원칙 ④ 달력에 네 개의 날짜를 적어두라
| 날짜 | 무슨 일이? | 왜 중요한가? |
|---|---|---|
| 4월 30일 | 삼성전자 1분기 정식 실적 발표 | SK하이닉스만큼의 결과가 나올지 확인 |
| 5월 말 | 한국은행 금리 결정 회의 | 금리 방향 → 환율 방향 |
| 7월 | 미국 연준(Fed) 금리 결정 | 전 세계 돈 흐름이 바뀌는 분기점 |
| 12월 31일 | 가상자산(코인) 과세 기준일 | 코인 보유자의 매도/보유 결정 |
이 네 날짜만 적어둬도,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휩쓸리는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결론 — ‘167조 원의 줄다리기’에서 살아남는 법
코스피 6,475는 한국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높은 자리다. SK하이닉스는 TSMC를 영업이익률에서 넘어섰다. 골드만삭스는 8,000을, JP모건은 8,500을 본다. 동시에 167조 원의 공매도가 “그게 곧 떨어진다”에 베팅하고 있다. 이렇게 양쪽 베팅이 모두 사상 최대인 적은 거의 없었다.
이건 시장이 ‘다음 단계’로 갈지, 잠시 쉬어갈지의 갈림길에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가 외워둘 것은 다음 네 줄이다.
- 회사들의 이익은 위로 가고 있다 (반도체 — 이미 확인됨)
- 회사 주식은 여전히 싸게 팔리고 있다 (PER 7.55배)
- 그러나 환율과 공매도라는 두 개의 경고등이 켜졌다
- 4월 30일 삼성전자 실적과 5월 한은 금리가 답을 줄 것이다
이 사이에서 우리가 할 일은 — 시장을 맞히는 게 아니라 자기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두 묶음 / 달러 일부 / 매달 조금씩 / 달력에 네 날짜. 이 네 가지만 정해두면 코스피가 8,000을 가든 5,500으로 내려가든 같은 자세로 통과할 수 있다.
시장은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답은 결국 자기 원칙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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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Money & Life
※ 시세는 2026년 4월 24일(금) 종가 기준입니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이 목적이며,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