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전쟁의 이면에 숨은 미국과 중국의 미래 패권 다툼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쟁이 3주를 넘기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전쟁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전쟁은 이란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그 너머에는 급성장하는 중국의 발목을 잡으려는 미국의 거대한 전략이 깔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세계가 멈췄다
전쟁이 터지자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사일이 아니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는 좁은 바닷길이다. 전 세계 석유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의 20~3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이 “단 한 방울의 석유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유조선 통행이 사실상 멈춰버렸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국제 유가는 전쟁 전 배럴당 65달러 수준에서 113달러까지 치솟았다. 카타르의 LNG 수출 기지가 공격받아 가동이 중단되었고, 카타르에너지는 한국을 포함한 구매국들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40% 이상 급등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사태를 “역사상 최대의 에너지 안보 위기”로 규정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모든 것이 비싸진다. 공장을 돌리는 전기, 물건을 나르는 기름값, 난방비, 식료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오른다. 필리핀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주4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한국에서도 전기·가스 요금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두가 지는 게임, 그런데 왜 멈추지 않나
경제학에서 이런 상황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부른다. 전쟁을 계속할수록 참가자 모두의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미국은 천문학적 전쟁 비용에 시달리고, 국내 물가도 오르고 있다. 이란은 가스전과 발전소가 폭격당하며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전쟁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미국”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면 안 된다. 이 전쟁에서 돈을 잃는 사람과 돈을 버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LNG 수출 기업들은 전쟁 발발 후 수출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백억 달러의 횡재를 누리고 있다. 방위산업체들은 2,000억 달러 규모의 군수 특수를 맞았다. 유가 상승의 고통은 일반 시민이 부담하지만, 전쟁의 이익은 소수의 기업에 집중된다. 비용은 분산되고 이익은 집중되는 구조 — 이것이 제로섬 게임인데도 전쟁이 계속되는 첫 번째 이유다.

진짜 표적은 이란이 아니라 중국이다
그러나 더 깊은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성장 속도는 미국에 실존적 위협이 되었다. 중국의 BYD는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CATL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한 해 동안 독일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보다 많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깔았다. 2025년 초 등장한 AI 스타트업 DeepSeek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충격을 안겼다.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AI — 미래를 결정할 산업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거나 이미 앞서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이런 상황을 기록한 적이 있다. 떠오르는 강국이 기존 패권국을 위협하면, 기존 패권국은 전쟁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 부른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간 이런 상황이 16번 발생했고, 그 중 12번이 전쟁으로 끝났다고 분석했다.
2026년의 미국과 중국이 바로 이 함정의 한가운데에 있다.

미국이 중국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다. 핵 보유국 간의 전면전은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이 아직 압도적 우위를 가진 영역 — 군사력과 화석연료 — 을 무기로 삼아, 중국이 앞서가는 영역의 성장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 메커니즘은 이렇게 작동한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중국의 에너지 공급이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은 에너지 수입의 절반을 걸프 지역에 의존하고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사들이는 최대 고객이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
둘째, 에너지 위기에 빠진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국산 석유와 LNG를 사게 된다. 한국은 3,500억 달러, 일본은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상당 부분이 미국 에너지 인프라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 나라들이 미국산 화석연료에 묶이면, 중국산 태양광이나 배터리로의 전환은 그만큼 느려진다.
셋째, 전 세계가 “에너지 안보”를 외치며 화석연료로 회귀하면, 재생에너지 전환 자체가 지연된다.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빨리 넘어갈수록 중국이 유리하고, 화석연료 시대가 길어질수록 미국이 유리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석탄발전소 폐쇄를 취소하고, LNG 수출을 대폭 늘린 것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 총책임자인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에너지 지배 전략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 자신의 공습이 만든 결과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발언의 의미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 전략에는 치명적인 역설이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이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AP통신, CNBC,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공통된 결론을 내놓고 있다. 이란 전쟁의 진정한 유산은 화석연료의 부활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전환의 가속화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전 세계가 “석유 한 곳에 의존하면 이렇게 위험하구나”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나면, 각국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자국 내 에너지원을 더 빠르게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를 가장 싸고 많이 만드는 나라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실제로 모닝스타는 “중국이 이란 전쟁 변동성의 승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마쳤기 때문에, 화석연료 가격 폭등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오히려 이 위기가 중국산 클린에너지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폭발시킬 수 있다.
미국의 전략을 비유하면 이런 셈이다. DVD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는데, 세계는 이미 스트리밍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 패러다임에서 우위를 군사력으로 연장하려 했지만, 다음 패러다임의 주인공이 상대방이라면, 시간은 결국 상대편에 있다.

결국 무엇이 남는가
이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다. 세계 에너지 질서, 달러 패권, 미중 기술 경쟁, 기후 위기 — 21세기의 모든 거대한 흐름이 하나의 전쟁 안에서 충돌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당장의 에너지 시장과 동맹 구조에서는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쟁 비용은 미국 경제를 갉아먹고, 세계는 화석연료의 위험성을 절감하며 재생에너지로 더 빨리 달려갈 것이며, 중국은 그 전환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전쟁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전쟁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가.” 이 질문을 던져야 전쟁의 본질이 보인다. 그리고 그 답은 언제나 같다. 비용은 평범한 사람들이 치르고, 이익은 소수가 가져간다.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위기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자립을 서두를 것이고, 그 방향은 태양광과 배터리와 전기차 — 즉, 석유가 아닌 전기가 지배하는 세상을 향할 것이다. 그 세상에서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지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이다.

※ 나프타 효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