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K 억제제부터 엑소좀, AI 진단까지… 탈모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인류의 오래된 난제, ‘탈모’. 과거에는 이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유전적 운명으로 받아들였으나, 최근 바이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탈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기존의 치료제가 탈모의 진행을 늦추는 ‘방어(Maintenance)’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신 연구들은 모낭을 되살리고 머리카락을 새로 나게 하는 ‘공격(Regeneration)’과 ‘근본적 치료(Cure)’로 전선을 옮기고 있다.
현재 학계와 제약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최신 탈모 연구 동향을 4가지 핵심 키워드로 분석했다.

1. 원형 탈모의 게임 체인저: ‘JAK 억제제’의 등장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자가면역 질환인 ‘원형 탈모’ 분야에서 나왔다. 면역 체계가 모낭을 공격하여 발생하는 원형 탈모는 그동안 스테로이드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다. 하지만 JAK(야누스 키나제) 억제제가 등장하며 상황이 반전되었다.
- 작동 원리: 모낭을 공격하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효소(JAK)의 경로를 차단하여, 면역 체계가 모낭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다.
- 주요 약물: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리트풀로(리틀레시티닙) 등이 미국 FDA와 한국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다.
- 의의: 중증 원형 탈모 환자에게서도 80% 이상 모발이 재성장하는 효과를 보이며, 탈모 치료제 시장의 첫 번째 ‘완치 도전’ 사례로 꼽힌다.

2. 안드로겐성 탈모: ‘바르는’ 것에서 ‘분해하는’ 것으로
남성형 탈모(M자, 정수리)의 주원인인 남성 호르몬(DHT)을 억제하는 기존 약물(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은 성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 우려가 존재했다. 최신 연구는 호르몬 자체를 억제하기보다 수용체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 PROTAC(단백질 분해) 기술: 중국의 킨토 파마슈티컬 등이 개발 중인 ‘GT20029’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한 뒤, 해당 수용체를 아예 분해해 버린다. 바르는 형태라 전신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강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 HMI-115 (모노클로날 항체): 본래 자궁내막증 치료제로 개발되던 물질로, 쥐 실험에서 늙은 쥐의 털을 다시 자라게 하는 효과가 확인되어 임상 2상 진행 중이다. 남성 호르몬이 아닌 ‘프로락틴’ 수용체를 조절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3. 재생 의학의 최전선: 모낭 복제와 엑소좀
약물 치료의 한계를 넘어, 아예 잃어버린 모낭을 되살리거나 새로 만드는 재생 의학 연구도 활발하다.
A. 엑소좀(Exosome) 치료
줄기세포 배양액에서 추출한 나노 입자인 ‘엑소좀’은 세포 간 신호 전달자 역할을 한다.
- 효과: 죽어가는 모유두세포에 “다시 분열하라”는 신호를 전달하여 모발 성장 주기(Anagen)를 늘린다.
- 현황: 이미 피부과 등 로컬 병원에서 비급여 시술로 활발히 적용되고 있으며, 관련된 화장품 및 의료기기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B. 모낭 오가노이드(Organoid)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미니 장기’를 만드는 기술을 모발에 적용했다.
- 연구 성과: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연구팀은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성체 쥐의 피부에서 털이 자라는 모낭 오가노이드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모발 이식을 대체할 ‘무한한 모낭 공급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마이크로바이옴과 AI의 결합
탈모를 두피만의 문제가 아닌 신체 전반의 균형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 Gut-Skin Axis (장-피부 축):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전신 염증을 유발해 탈모를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김치 유산균 등 특정 프로바이오틱스가 모발 성장을 촉진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 AI 진단 및 예측: 초정밀 두피 스캔 이미지를 AI가 분석하여,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초기 탈모 징후를 포착하고 향후 진행 속도를 예측하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전망] ‘완전 정복’은 언제쯤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탈모 치료가 ‘단일 약물’ 시대에서 ‘복합 솔루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향후 5년 내에 안드로겐성 탈모에서도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신약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전적 소인을 완전히 제거하는 ‘유전자 가위’ 수준의 치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약물과 재생 치료(엑소좀 등), 그리고 AI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것이다.” –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 분석가 –
탈모는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과학은 이제 ‘덜 빠지게’ 하는 단계를 지나, 잃어버린 머리카락을 ‘다시 싹틔우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탈모 대응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