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1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 관계자 5명(김만배, 유동규, 남욱, 정영학, 정민용)에게 1심 법원이 전원 유죄(징역 4년~8년)를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수년간 이어진 정치 공방과 쏟아지는 언론 보도 속에서 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1심 판결문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에서 ‘법원이 인정한 사실’과 ‘아직 증명되지 않은 의혹’을 명확하게 분리해 준다. 판결문을 중심으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3가지 질문을 알기 쉽게 풀어봤다.

1. 도대체 뭐가 ‘범죄’라는 건가요?
A: “공공의 몫을 민간에 넘긴 ‘업무상 배임’입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간단하다. 성남시(공공)가 마땅히 벌 수 있었던 수천억 원의 돈을 민간업자(김만배 등)가 대신 벌어갔고, 그 과정에 공공기관 내부자(유동규)가 적극 협력했다는 것이다.
- 쉬운 비유: A씨(성남시)가 땅 주인이고 B씨(민간업자)가 건설업자다. A씨는 B씨에게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하되, 혹시 집값이 폭등해 이익이 아주 많이 나면, 그 ‘초과 이익’은 나(A씨)에게 돌려줘야 해”라는 조항을 넣으려 했다.
- 유동규의 역할: 이때 A씨의 대리인인 유동규(성남도개공 본부장)가 B씨와 짜고 “그 ‘초과 이익 환수’ 조항, 그냥 빼버리자”라고 계약서를 만들었다.
- 결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7,8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이익이 났다. 원래대로라면 A씨(성남시)가 수천억을 더 가져가야 했지만, 조항이 빠지는 바람에 B씨(민간업자)가 그 돈을 모두 챙겼다.
법원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이렇게 공사의 이익을 고의로 포기하고 민간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준 행위를 명백한 ‘업무상 배임’ 범죄라고 못 박았다.

2. ‘428억 원’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뇌물인가요?
A: 법원은 ‘뇌물’이 아닌 ‘범죄 수익 분배’로 봤다.
이 사건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 중 하나는 ‘428억 원’이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유동규 측(이재명 대표 측근 포함)에게 사업 특혜의 대가로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 약속은 인정(O): 김만배 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428억 원을 주기로 약속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 뇌물은 아님(X): 하지만 이 돈의 성격을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 법원의 해석:
- 뇌물이란 “이거 받고 특혜를 봐달라”고 청탁하며 주는 돈이다.
- 하지만 이 428억은, “우리가 ‘배임’이라는 범죄를 함께 성공시켰으니, 그로 인해 얻은 막대한 불법 이익(전리품)을 공범끼리 나눠 갖자”고 약속한 돈으로 본 것이다.
‘뇌물’이냐 ‘이익 분배’냐가 중요한 이유는, 만약 뇌물이라면 그 돈이 누구에게 가기로 했는지가 핵심이 되지만, ‘이익 분배’라면 배임 범죄 자체에 더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법원은 뇌물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이 428억 원을 ‘범죄 수익’으로 인정해 김만배 씨에게 추징을 명령했다.
3. ‘윗선’ (이재명 시장)의 책임은 어떻게 되나요?
A: 이번 판결에선 ‘판단하지 않았다’.
일반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지점이다. 1심 판결문에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시장의 이름이 390여 차례나 등장한다.
판결문이 인정한 사실과 판단을 보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인정된 사실: 이 시장은 유동규로부터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사업 구조를 보고받았고, 최종 승인했다.
- 배척된 의혹: 이재명 시장이 ‘428억 원’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명시했다.
- 남겨진 숙제 (판단 보류): 그렇다면 이 시장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면 민간에게 막대한 이익이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공모) 승인했을까? 아니면 실무자인 유동규에게 속아서(피해자) 승인했을까?
이번 1심 재판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았다.
즉,
- 이재명 시장이 초과이익 조항 삭제를 알고 승인했는지,
- 아니면 실무자가 독단적으로 조작한 결과를 그대로 보고받았는지,
- 혹은 그 중간 형태인지,
이재명 본인의 배임 재판은 별도의 사건으로 진행 중이며,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판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

요약: 1라운드 종료, 2라운드 시작
이번 1심 판결을 ‘대장동 사건’의 1라운드 종료라고 볼 수 있다.
- 1라운드 결과: 사업 실무자(유동규)와 민간 업자(김만배 등)가 짜고 공공의 이익을 빼돌린 ‘배임 범죄자’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확인됐다.
- 2라운드 예고: 이제 공은 ‘최종 결재권자(이재명 시장)’의 재판으로 넘어갔다. 2라운드의 핵심 쟁점은 “당시 시장이 이들의 배임 행위를 몰랐는가, 혹은 알면서도 지시/승인했는가”를 입증하는 것이다.
⏳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와 한계
■ 의미
- 1심 판결은 대장동 개발이라는 복잡한 사건에서 실질적 설계단계 책임자들을 유죄로 확정했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신호로 평가될 수 있다.
- 또한 구조적 설계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배임 범죄의 설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 한계
- 최종 승인 책임자 및 정치적 권력층의 개입 여부는 여전히 법률 판단이 미진하다.
- 민간업자의 전체 수익 규모에 대한 배상·추징 가능성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 정책판단과 형사책임 사이의 경계가 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 항소심 및 향후 재판에서 최종 책임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 민사 환수·국가 손해배상 청구는 얼마까지 현실화될 것인가?
- 제도개선 및 정책교훈으로서 ‘민관합동 개발 사업에서 초과이익 환수 장치’가 얼마나 강화될 것인가?

결론
1심 판결은 이 사건이 단순히 언론 논쟁이나 정치공방이 아니라 ‘공공개발 사업 설계단계에서 발생한 배임 범죄’로서 법원이 실질 판단을 내린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직 답이 나지 않았다.
“최종 결재권자와 권력라인이 이 설계에 얼마나 개입했는가?”
이 문제가 향후 항소심·최종 판결에서 풀리지 않는다면,
대장동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개발 사업과 권력·민간업자의 결탁”에 대한 구조적 교훈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