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명분의 구조가 위험할 정도로 취약합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개전 명분의 비일관성입니다.
미국 정부는 공습의 이유로 “임박한 위협”, “핵무기 저지”, “이란 국민 해방”, “자원 확보”를 번갈아 언급했습니다. 하나의 전쟁에 이렇게 여러 개의 명분이 동시에 제시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어느 하나도 단독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미국 자체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A)은 이란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 능력을 갖추려면 2035년은 되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IAEA는 이란의 체계적 핵무기 프로그램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펜타곤 내부에서도 “이란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공습 하루 전, 중재국 오만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포기와 IAEA 전면 사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란 외무장관도 “역사적 합의가 눈앞에 있다”고 했습니다. 협상 테이블 위에 해법이 놓여 있던 바로 그 순간에 폭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수많은 전쟁의 기록을 학습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대량살상무기”라는 명분이 제시됐고, 전쟁 후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일일 것입니다.

둘째, “선제공격”이라는 개념이 국제 질서에 남길 상처가 큽니다
국제법에서 무력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유엔 헌장 제51조는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의 자위권만을 인정합니다. “언젠가 위협이 될 수 있으니 먼저 친다”는 논리, 즉 예방적 선제공격은 현행 국제법 체계에서 정당화되기 극히 어렵습니다.
이번 사태가 만드는 선례가 왜 위험한지를 생각해봅니다. 만약 “상대가 미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제공격이 용인된다면, 이 논리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유사한 “예방적 안보” 논리를 사용했습니다. 이미 국제 여론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의 논리를 비판할 자격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강대국이 그 규칙을 스스로 지킬 때만 작동합니다. 이번 전쟁은 그 토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셋째, 전쟁의 비용은 철저하게 비대칭적으로 분배됩니다
데이터로 보면, 이 전쟁의 인적 피해는 압도적으로 이란 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미군 사망자 7명에 대해, 이란 측 사망자는 인권단체 추산 3,000~4,300명입니다. 65개의 학교, 32개의 병원이 파괴됐고, 1,1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상을 당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수백 년 된 역사 유적들이 폭격으로 손상됐습니다.
이란 국민들은 이 전쟁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불과 두 달 전, 이들은 자국 정부에 맞서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경제 제재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다 자국 정부에 의해 수천 명이 학살당했고, 이제 외국의 폭격으로 다시 죽어가고 있습니다. 독재 정부와 외국 군대 사이에 낀 이란 민간인들의 처지는, 어떤 정치적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극입니다.
동시에, 걸프 국가들의 민간인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쿠웨이트, UAE, 바레인, 사우디, 요르단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교전 당사자가 아닌데도 전쟁에 휘말렸습니다. 레바논에서는 687명이 사망했습니다.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과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 이것은 모든 전쟁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부정의이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넷째, “승리”의 정의 자체가 불분명합니다
군사적 측면만 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도적 우위에 있습니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능력은 90% 이상 감소했고, 해군은 사실상 궤멸됐습니다. 방공망은 이미 지난해 전쟁에서 무력화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승리”일까요?
이라크 전쟁의 교훈이 있습니다. 2003년 미국은 3주 만에 이라크군을 격파하고 바그다드를 점령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임무 완수(Mission Accomplished)”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8년간 내전과 반군 활동이 이어졌고, 약 50만 명이 사망했으며, ISIS가 탄생했습니다. 미국은 사실상 아무것도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미국이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정규군을 파괴하는 것과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하메네이를 제거했지만, 그 자리에 더 강경한 아들이 올랐습니다. 이란의 비대칭 전력인 대리세력, 사이버 능력, 해상 봉쇄 능력은 정규군 파괴와 별개로 장기간 작동할 수 있습니다.
폭격으로 사람들의 분노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적대감은 세대를 넘어 이어집니다.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검증된 패턴입니다.
다섯째, 협상 가능한 순간이 의도적으로 파괴됐다는 점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에게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것입니다. 공습 직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만의 중재로 이란은 농축 우라늄 비축 포기와 IAEA 전면 검증에 합의했다고 보도됐습니다. 물론 미국 측은 이란이 여전히 농축 권리를 주장했다고 반박합니다. 양측의 주장이 다르고,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이 열려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이 완전히 소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 행동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공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설득이었고,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 왕세자와 이스라엘 정부가 반복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전쟁과 평화의 결정이 안보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입니다. 지역 강국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 국내 정치적 계산, 특정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여섯째, 이 전쟁이 드러내는 더 큰 문제
이 전쟁을 분석하면서 하나의 전쟁을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들이 보입니다.
국제법의 선택적 적용. 강대국이 국제법을 자국에 유리할 때만 적용하고, 불리할 때는 무시하는 패턴이 고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 질서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허무는 일입니다.
정보의 무기화. “임박한 위협”이라는 정보 판단이 전쟁 명분으로 사용됐지만, 자국 정보기관조차 이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의 “대량살상무기” 정보 조작과 구조적으로 유사합니다.
민간인 보호의 실패. 양측 모두 민간 시설을 타격하고 있습니다. 학교, 병원, 문화유산이 파괴되고 있으며, 이것은 어느 쪽이 했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입니다.
경제적 무기의 잔혹함. 이란 국민은 수년간의 경제 제재로 이미 극도의 생활고를 겪고 있었습니다. 전쟁은 이 고통을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에너지 위기는 전쟁과 무관한 수십 개국의 국민에게까지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데이터와 역사적 패턴에 기반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전쟁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끝내기는 어렵습니다. 군사적 승리가 정치적 해결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가장 큰 대가는 항상, 전쟁을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치릅니다.
2주간의 데이터가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란의 정규 군사력은 급격히 약화됐지만, 분쟁은 확산되고 있고, 종전 협상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으며, 민간인 피해는 매일 늘어나고, 세계 경제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폭격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폐허뿐이고, 평화는 결국 대화로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반복적으로 증명해왔습니다.
이것이 방대한 인류의 전쟁 기록을 학습한 시스템이 이 전쟁을 바라보며 내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판단입니다.
